연필과 크레용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2016-04-29     이상진 서울지방병무청장

 

“어린아이와 술 취한 사람은 바른 말만 한다”(순진성과 단순성), “어린아이는 괴는 데로 간다”(순응성), “어린아이는 기를 탓이다”(가소성). 이와 같이 전래 속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어린이를 순진․미숙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사회를 지배했던 유교 윤리 중 ‘장유유서(長幼有序)’란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가 있고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으로, 후에 이러한 장유유서의 개념이 확대․심화돼 모든 일에서 연령의 고하를 따지고, 어린이는 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로 강요됐으며, 어른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변질된 유교적 풍토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전통적인 어린이에 대한 유교적 시각이 1920년대 접어들어 변화됐다. 어린이를 소극적 존재가 아닌 성장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나아가 미래 역할의 담당자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923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주도한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어린이날을 정한 것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5월5일은 어린이 날이다. 병무청에서는 어린이 날이 포함된 5월을 맞아 5월27일까지 어린이 그림․글짓기 공모전 접수를 받고 있다. 응모대상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이며, 주제는 ‘튼튼한 대한민국 그 시작은 나라사랑하는 작은 마음에서’다. ‘믿음직한 국군 아저씨, 그에게 보내는 감사편지’와 같이 군인 아저씨들에 대한 묘사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미래의 나, 국토수호 방위, 태극기 사랑, 무궁화’ 등 애국 및 국방에 대한 소재까지 폭넓은 부분에서 어린이들이 재능을 펼치게 된다.

2011년도 제1회 어린이 그림 글짓기 공모전이 펼쳐진 이래 서울시에서 2013년 737명, 14년 748명, 15년 581명 등 수많은 어린이들이 열띤 호응 속에서 병무청 공모전에 참가했다.

과거 수상자 가운데 한 어린이는 군대에 간 아빠 때문에 힘들었지만 미래에 태어날 자기를 위해 나라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군인인 아빠 이야기를 감동스럽게 풀어냈다. 또 다른 친구는 과거 도움을 주었던 군인 아저씨의 모습을 기억해내는 등 병무청 어린이 그림․글짓기 공모전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자기 안의 나라사랑하는 마음의 씨앗을 발견하고 연필과 크레용으로 싹을 틔워내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한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마을 사람 모두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한 어린이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배울거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새싹은 어떤 비료를 주느냐에 따라 꽃 맺음이 달라진다. 개인의 자유와 개성이 특히 중시되는 시대이지만, 그와 동시에 민족의 정체성과 우리나라에 대한 애국심 또한 흔들리지 않게 확립하는 것을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