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흥미로운 신문기사가 눈에 띄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담배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글쎄, 흡연자도 아닌 건강보험이 무슨 소송? 자세히 읽어보면, 흡연자의 암발생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최고 6.5배란다. 흡연과 관련된 질환이 무려 35개에 달하고, 이에 대한 진료비 지출이 연간 1조7000억원 규모(2011년 기준)이다.
이 모든 것이 막연한 추정치가 아니라 건강보험이 보유한 병원 진료자료(빅데이타)를 분석한 결과여서 우리나라의 흡연피해 규모를 처음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생각보다 큰 금액이다. 그 증가율도 가파르다. 흡연 피해액은 2007년 1조500억원에서 4년만에 50%나 증가했다.
그래도 왜 건강보험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하는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담배소송을 제기했으나 1·2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흡연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의학 지식이 부족한 개인이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에서도 40년간 800건의 담배소송이 진행되었지만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1994년부터 미시시피주를 시작으로 49개 주의 주정부와 시정부 등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치료에 자신들이 지출한 진료비 변상을 담배회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998년 담배회사들은 2460억 달러(240조원)를 변상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즉 개인이 아닌 기관이 나서야 담배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다. 마침 우리나라는 흡연 관련 질병에 지출한 막대한 진료비 자료를 보유한 기관이 있다. 바로 건강보험공단이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흡연자들은 담배 한갑(2500원)당 막대한 세금 외에도 354원의 건강증진기금을 내고 있는데 반해, 정작 담배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얻는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담배 논란은 담배수요를 줄이는데 치중해 왔으나, 이제는 금연운동 등의 소극적 대처보다 담배피해소송 등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가 됐다.
이왕 담배소송을 할 예정이라면 건강보험공단은 철저히 준비해 좋은 결과를 낳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기회에 담배사업자의 수익금 중 일부를 ‘흡연치료 비용’에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회사원, 송파구 신천동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