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분야를 이끌어온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스티브 워즈니악 등은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었을까? 개인이 가지고 있는 천재성도 한 몫을 했겠지만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부모의 영향이 매우 컸다.
마크 저커버그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직접 베이직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그는 치과의사였는데, 이미 1984년 IBM의 XT PC를 병원에 들여놓을 정도로 IT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로보틱스 컨퍼런스를 보여주기 위해 미국 전역으로 어린 페이지를 데리고 다녔다. 래리 페이지는 “어릴 적 그런 노출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꿈꾸게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성장기에 아버지와 함께 많은 전기전자 실험을 했으며 전자 원리에 대한 대부분의 지식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의 엔지니어였던 그의 아버지는 퇴근하고 나면 아들에게 과학과 기술에 대한 영감을 준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자, 테슬라 창업자인 앨론 머스크는 10살에 첫 컴퓨터를 갖게 되면서 과학과 기술에 몰입하게 되는데, 이 또한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었다.
이렇게 보면, 미국 창조경제는 1950~60년대 ‘가정’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후 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던 미국 중산층 아버지들은 퇴근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자녀와 시간을 보냈고, 자녀의 꿈을 존중하며 꿈꾸게 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 말고 ‘영향을 주는 것’의 역할을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을까? 우리 현실에서 ‘칼퇴’(정시 퇴근)란 말은 사실 ‘웃픈’(웃기고 슬픈) 말이 된지 오래다. 정해진 시간 일하고 퇴근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칼퇴’해서 저녁을 오롯이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올해 해방 70년을 맞아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뤄낸 경제성장과 발전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한 논의가 많이 제기됐다.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의 국가가 됐다고 하지만 한국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여전히 길고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 역시 최하위권이다.
자살률 역시 몇 해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 먹고살게 됐을지는 모르지만 국민 다수는 자신의 삶이 그다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제 발전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였다면 앞으로는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며 장애물도 많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야근·휴가·육아 등과 관련된 기존 근로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기업의 의식 변화, 경영자의 지속적인 의지, 근로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 ‘일家 양득’을 실현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관리 방안이자 아이디어 개발, 직원들의 몰입도·충성도 제고, 유능한 인적자원 확보 등 기업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이를 알고 실행에 옮겨 일家양득의 실현을 이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