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북위례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덕수고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공청회가 법적 절차는 아니라고 해도 민선 교육감 시대에 덕수고 이전 결정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재정적인 이유로 학교 신설보다 이전을 추진해야 하는 서울시교육청의 판단은 충분히 이해하나, 덕수고 이전은 여러 가지로 타당성이 부족하기에 재심의해 덕수고 이전을 중지하고, 강남고등학교 이전으로 대체해야 한다. 강남고등학교가 이전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덕수고 이전은 이전하려는 현 덕수고 학생들도 반대하고 있고, 덕수상고가 없어지게 될 덕수상고 동문들도 덕수고 이전 반대 청와대 청원을 했다(2019년 8월). 또 북위례 주민들도 덕수고 인문계 이전은 송파의 학부모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방안으로 생각해 올 8월부터 명문고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전하려는 측과 이전받는 측 모두 반대하는 일을 추진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행정이다. 송파의 학부모들은 보다 좋은 고등학교에 대한 갈망이 크다. 현재의 고등학교에 만족하지 못해 강남으로 이사를 가거나, 심지어 강동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고등학교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강남의 고등학교는 그 수가 많아 고등학교 집중화가 심하다. 학생 수가 부족해 송파구 학생들을 강남학교로 배정해 한 학년에 간신히 200명을 채우거나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강남으로 배정받은 대부분의 송파구 학생들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어 강남 배정을 싫어했다. 반면에 강남 학교를 다니고자 하는 학생들은 주소만 강남으로 옮겨서 다니거나, 강남으로 이사하는 학생들도 보았다. 어째든 송파의 학생들이 강남으로 다니는 것은 강남의 고등학교 교육 집중화를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강남의 고등학교를 북위례로 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
많은 사람들이 ‘과연 강남의 고등학교 이전을 강남지역에서 허용할까?’ 라고 의심한다. 이는 현실을 잘 모르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강남지역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강남의 고등학교 이전을 찬성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전이 가능한 학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청담동에 청담고와 영동고가 있다. 청담고 밑은 압구정고와 현대고가 있고, 영동고 옆은 경기고와 위쪽에 진선여고가 있다.
예를 들어 청담고를 이전한다면 청담고 배정받을 학생들은 영동고나 경기고를 갈 수 있어 좋아할 것이다. 청담고는 땅값이 비싼 지역이어서 학교도 적고 운동장도 매우 좁다. 또한 학생 수도 적다. 현실적으로 이전하기 가장 쉬운 학교이다. 물론 압구정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남의 학교를 이전함으로써 강남지역 학생들은 주변에 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고등학교 설립이나 이전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 한번 설립하면 다음에 다시 수정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강남지역을 활성화시키려고 강북에 있는 많은 유명 고등학교를 이전시켰다. 이제는 너무 집중화된 강남의 고등학교를 타 지역으로 분산 배치해야 할 시대가 아닌가?
덕수고 이전을 취소하고, 송파주민들이 찬성하고, 강남의 학부모조차 찬성할 수 있는 강남 소재 고등학교 이전으로 재심의해 주기를 서울시교육청에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