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일경제’ 신문에 제2 한류 열풍을 소개하며 K팝을 듣다가 우리나라로 유학 왔다는 외국 학생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어렸을 때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겨 한국어로 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학부 졸업 논문도 김소월 시에 관해 쓸 정도로 좋아했죠"라는 인도네시아 학생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21세기의 문화 콘텐츠는 언어를 넘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정치와 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자원이자 자산이다.
필자는 20여년간 송파문화원과 인연을 맺어오며 문화의 힘을 체감하고 있다. 송파구는 세계인의 화합을 이끌어낸 88올림픽을 치렀으며, 몽촌토성·풍납토성과 석촌동 고분군·방이동 고분군 등 백제시대의 찬란했던 문화유적을 품고 있다. 또한 송파산대놀이, 송파다리밟기가 전승되는 등 다양한 유·무형 문화재가 송파구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근처의 의릉(조선 경종과 선의왕후 어씨 능)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캠퍼스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송파구는 방이동 445-1 일대에 한예종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송파문화원 역시 송파구의 한예종 유치를 적극 지지한다.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한예종의 더욱 큰 도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화의 힘은 강하다. 김 구 선생의 말씀대로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학교가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학생들과 교직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이 스스로 실력을 쌓고 재능을 꽃피우는 그 힘든 과정을 존중한다면 균형 개발이라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학교 구성원의 바람대로 송파구에 이전 부지를 마련해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역시 정책입안자들의 몫이다.
둘째, 송파구에는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크다. 송파는 한성백제 500년의 도읍지이자, 올림픽공원을 비롯 미술관·K-아트홀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향후 잠실 일대 서울국제교류복합지구가 조성되면 전시·컨벤션, 국제 공연장도 들어선다. 세계 문화예술의 메카로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학생들이 훌륭한 인프라를 누리며 문화예술인과 유기적으로 교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송파구가 유일하다.
셋째, 송파구는 서울의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로서 지리적 위치도 최적이다. 전국 출신의 재학생이 있는 한예종으로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입지조건이다. 지하철 5개 노선(2·3·5·8·9)이 지나고, 경부·중부·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가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다.
한예종은 음악원, 연극원, 영상원, 무용원, 미술원, 전통예술원과 같은 다양한 장르의 문화가 창조되는 곳이다. 다양한 장르만큼 전국에서 해외에서 한예종을 찾을 것이다. 교통의 편리함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쉽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올해 안으로 한예종 이전 부지가 결정된다. 사안과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중심을 잡고 직관적이고도 심플한 판단이 요구된다. 그 중심은 바로 현장의 목소리이다. 예술학교로서의 비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한다면 한예종 이전 부지는 송파구로 낙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