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사자의 대부분이 고령 근로자(고령자 고용촉진법 상 만 55세 이상)인 건설현장은 기본적으로 노동 강도가 높고 외부 기온에 작업자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환경으로,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던 사람도 갑작스러운 질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동절기의 건설현장은 콘크리트의 양생 속도 지연 등에 의한 공기(工期) 손실로 공사 진행률에 따른 공정 압박 빈도가 잦기 때문에 근로자가 육체적·심리적 과로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빈도도 훨씬 많다. 또한 조직과 예산 지원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 규모 현장에서는 근로자가 한랭 질환(저체온증·동상 등)에 쉽게 노출되고 치료도 더디기 마련이다.
실제로 얼마 전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를 받으러 온 현장소장께 “겨울철 근로자 한랭질환에 대해 휴식시간과 휴게시설 준비를 철저히 해주시기 바란다”는 당부에, 소장께서 “몇 년 전 한파에 골조작업을 하던 고령 근로자가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후송됐다가 결국 돌아가신 적이 있어 그 누구보다 겨울철 근로자들의 휴식시간과 휴게시설 마련의 중요성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다”고 하셨다.
냉기에 장시간 노출된 상태로 휴식 없는 과로는 한랭 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어 산업재해 및 직업병 예방뿐 아니라 업무능률 향상과 근로자 편익 증진을 위해서라도 휴게시설의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휴식은 건설현장과 같이 반복 작업을 수행하면서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 소음·진동 장애, 혈액순환 등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고, 작업 중 정신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취하는 휴식은 스트레스의 1.5배~2배까지 감소시켜 준다고 한다.
다행히도 올해 8월18일부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됐다. 휴게시설의 규모 및 시설기준을 살펴보면, (거리)이용이 편리하고 가까운 곳 (규모)최소 면적 6㎡(천장 고 2.1m)이상, (온도)겨울 18~22℃, 여름 20~20℃ (조명)100~200Lux (습도)50~55% (비품·설비)의자 등과 음용이 가능한 물 제공 및 환기 시설이 있어야 한다.
산업재해 예방의 기본 이념은 인간 존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습들을 보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싶은 상황들을 많이 접하게 되고, 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은 대다수의 중·소 규모 건설현장의 소장께 전달해 본들 난색을 표하기 일쑤이고, 어영부영하는 모습에 개선 의지는 요원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번 휴게시설 의무화는 건설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금액 20~50억원 중소 규모 현장은 1년간 유예한다고 한다. 부디 이 제도가 잘 시행되고 받아들여져서 현장 근로자들이 쾌적한 환경이 갖추어진 휴게시설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누리고 다시 작업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현장의 아버지 격인 소장(안전보건 총괄책임자)은 나와 함께 일하는 근로자가 아래 직원이 아닌 나의 가족이라는 폭넓은 가족애를 발휘해 올겨울 한랭 질환 없는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현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