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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아닌 ‘한국해’를 국제사회에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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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아닌 ‘한국해’를 국제사회에 선포해야 한다
  • 홍성룡 독도간도역사연구소장
  • 승인 2022.11.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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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수로기구(IH0)는 S-130 체계로 전환한다

홍성룡 독도간도역사연구소장
홍성룡 독도간도역사연구소장

2020년 12월 IHO(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 국제표준 해도집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 S-23 개정을 확정했다. 해양의 경계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지명 대신 고유번호로 식별하는 체계인 S-130 방식으로의 변경이다.

IHO가 발행하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해도를 만드는 지침서 역할을 하는데 초판(1929년)부터 2판(1937년), 제3판(1953년)까지 한국해 (East Sea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했다. 1997년 한국이 한국해(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병기 표기를 하자고 주장하면서부터 국제무대의 수면 위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 전략은 안타깝게도 매우 잘못된 주장이었다. 이때부터 ‘한국해’ 표기를 주장했어야 옳았다.

동해 병기 운동이 시작된 계기는, UN 가입 전에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UN 가입 후 UN의 여러 기구들이 한국에 보내온 공문서들을 보니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놀란 외교부가 1992년 6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동해 명칭의 국제적 통용 추진 대책안 건의’ 문서를 만들었다. 

그 후 복잡한 토론 과정들을 거쳐 당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고되었고, 동해 표기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침이 확정됐다. 그때 그 일을 추진하던 담당자들이 역사적 안목과 사명감이 있었다면 한국해 단독 표기, 또는 한국해 병기를 주장했어야 했는데 역사의식 부족으로 인한 전반적으로 준비 부족으로 동해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IHO가 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 관계국 간 협의를 했지만 관계국인 남한, 북한, 일본의 입장 차이로 인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었다. 이에 IHO 사무총장은 바다의 고유 지명 대신 고유 숫자로 표기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동해, 일본해라는 고유 명칭보다는 숫자로 표기하는 것이 전자 항해와 지리정보체계 활용에 더 유용하다며, 바다에 고유 숫자를 부여하자는 제안이었다. 국제표준 해도에서 동해 또는 일본해로 불리지 않고 디지털로 표기하자는 방식이 S-130이다.

IHO가 새롭게 제안한 S-23 개정안인 S-130에 대해 제안을 받은 초기에 한국은 원칙적으로 찬성, 미국은 지지. 스웨덴도 지지, 캐나다는 전적으로 지지했었다. 일본은 그 취지를 이해한다고 하면서 건설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초기의 미온적 반응이었지만 다수 회원국의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IHO는 1929년 제작된 S-23 초판부터 3판(1953년)에 이르기까지 한국해(동해)를 일본해로 단독으로 표기해 왔다. IHO의 단독 표기는 한국해(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된 한국과 일본의 외교전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본의 입장만을 강화시켜주는 기울어진 운동장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OECD국가의 교과서에 동해 단독 표기는 2개국, 일본해 표기는 14개국,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는 15개국, 미 표기가 4개국이었다고 한다. 이도 그러한 영향 중의 하나인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1929년 당시의 한국은 일본에 강점당해 국권을 상실한 상태여서 국제사회에 존재조차 없을 때였다. 일본의 일방적 횡포와 주장만으로 만들어진 S-23에 대해 한국은 1997년부터 IHO에 동해와 일본해 병기 주장을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일본은 당연히 우리의 예상대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면서 한일 간 대립이 시작되었고, S-23의 4판 개정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했었다.

결국IHO는 S-23을 대체하는 S-130으로 개정하게 됐고, 이 체계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면 일본해 단독 표기 주장의 근거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손 놓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오히려 한국에게는 동해 표기 또는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해 오던 주장을 재빨리 ‘한국해’를 주장하는 전략을 바꾸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S-23에 동해 병기를 위해 노력한 한국 정부는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 S-23에 동해 병기 목표가 사라졌으니 전략을 바꿔서 ‘한국해’ 단독 표기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

노출이 많은 인터넷 포털, 민간에서 발간되는 수없이 많은 지도,  해도를 제외한 여러 다양한 지도, 지구본 등에 일본은 지능적으로 일본해 표기를 공략할 개연성은 농후하다. 일본의 그런 전략을 짐작할 수 있기에 한국은 ‘한국해’ 표기를 위해 총력 외교전을 해 나가야 한다. 

일본이 포기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수긍하지 않는 한 한국해 표기 문제의 신경전은 독도 영유권 문제와 맞물려 한일 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오래전부터 '한국해’로 표기해 왔다  

대다수 서양 고지도에는 한국해(Corean Sea)로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동해(East Sea)라고 주장하는지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하다. 1615년부터 1895년까지의 서양 고지도들의 표기를 보면 한국해 표기가 362점, 일본해는 107점, 한국해와 일본해 병기가 7점, 오리엔탈(Oriental Sea) 6점, 동해 표기 1점 등이다. 

일본해로 표기된 107점 중에도 1800년 이전 지도는 9점뿐이고, 대다수는 19세기 후반 일본의 제국주의가 노골화된 이후에 집중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에서는 대부분 ‘한국해’로 표기해왔고, 또 통용되고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이다. 일본에게는 절대 불리한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한국해를 뜻하는 ‘Mar Coria’가 표시된 지도는 1615년 포르투갈의 지도 제작자 마누엘 고디뉴 데 에레디아가 제작한 아시아 지도(Mapa da Asia)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 후 세계는 한국해를 Mer de Coree(89점), Sea of Corea(72점), Corean Sea(63점),  Gulf of Corea(57점), Sea of Korea(56점), Mar del Corea(19점), Zee of Corea(6점), Coran Gulf(5점), Mar Coria 등 기타(37점), East of Corean Sea 등 다양한 형태로 표기되어 왔다. 

한국해가 동해(Eastern Sea)로 표기된 지도는 영국의 존 세넥스가 1721년 제작한 인도와 중국의 새로운 지도(A New Map of India & China)가 유일무이하다. 우리가 왜 ‘한국해’ 전략으로 세계인들에게 접근해야 할지 그 답이 명확하다. 

제국주의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이 끝난 후에 본색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한국해(조선해)를 일본해로 개칭해 나갔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일본이 제작한 지도에서도 ‘조선해’로 표기되어 있는 지도가 있고, 1907년부터는 ‘조선해’ 또는 ‘대한해’라고도 표기했다. 

이런 경향이 점차 ‘일본 서해’, ‘조선일본양해’로 바뀌다가 슬그머니 ‘일본해’로 굳어져 갔다. 일본은 ‘조선해’에서 ‘일본해’로 일본 중심으로 나아가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한국의 노태우 정부의 관계부처가 안타깝게도 ‘한국해(조선해)’라는 더 넓은 의미를 가진 고유명사 개념에서 방위 개념인 ‘동해’로 퇴보하는 큰 실수를 범했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자기들은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한국의 자책골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일반명사 ‘동해’가 아니라 고유명사 ‘한국해’ 전략으로 가야 했다

한자 문화권에서는 동해(東海)라는 명칭은 ‘자국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바다를 의미’하는 언어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한자 문화권에 속해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동해’ 단독 표기 및 병기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 못하는 원인으로도 작용되고 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동중국해를 동해(둥하이)라고 부르고, 일본에서는 일본의 동쪽 해안을 동해(도카이)라고 부른다. 또 베트남에서도 자국 기준으로 동쪽인 남중국해 연안을 부르는 고유명사로 동해(비엔동)라고 하는 등 각국에서 동해라는 말을 너무도 많이 쓰고 있다. 이러한 점으로 일본 제국주의 시절 일본해 단독 표기 등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자유 진영에서조차 한국의 편을 쉽게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동해는 일반명사다. 일본이 ‘동해’ 표기를 반대하는 논리 중의 하나가,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가 바다 이름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점도 한국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자기 나라 서쪽에 있는 바다 이름을 ‘동해(East Sea)’라고 바꾸겠다는데 일본 정치인이나 일본 국민들이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역사적 근원으로 과거부터 서양사람들이 불러왔던 ‘한국해’로 되돌려 놓자고 설득해 가는 것이 일본의 전략을 바꾸는데도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 보여진다. 

어떤 분들은 애국가 가사에도 등장하는 이름이니 ‘동해’ 표기를 계속 주장해야 한다고 하는데, 애국가 제정 당시 작사자의 다양한 해석을 포함하는 문학적 표현 등을 간과했다고 보여 논리적 뒷받침이 약하다. 개인적으로는 애국가 가사에 등장하는 동해는 일반명사이지 고유명사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인다. 

맺음말

한국 정부는 그동안 추진했던 일반명사 동해(East Sea) 전략의 오류를 과감히 인정하고, 고유명사 한국해(Corea Sea, Korea Sea)를 국제사회에 당당히 선포해야 한다. 수 십년 동안 ‘동해’ 표기에 쏟아부은 노력이 아깝고 매몰비용이 크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잘못 끼운 첫 단추에 불과하다. 

언젠가는 되돌려 놓아야 될 전략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해’를 계속 고집한다면 시간만 헛되이 보낼 뿐이고, 국가적으로는 국력 손실만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동해’ 전략에서 설사 우리가 이긴다고 해도 실익도 없지만, 이는 무조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동해’ 전략이다. 

외교부, 해수부 등을 비롯한 한국 정부,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은 외국 정부와 민간 등을 대상으로 기존의 ‘동해’ 표기 대신 ‘한국해’ 표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홍보해가며 힘을 하나로 묶으면 효율은 극대화될 것이다. 

‘한국해’에 대한 역사적 증거가 충분하기에 외국의 정계, 학계, 언론, 지도제작사 등의 반응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한국의 전략을 이해하고 도와줄 것이라 확신한다. 일본에게도 퇴로를 열어줄 명분이 될 수도 있다. 늦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이기에 IHO체계가 바뀌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한국해’가 표기된 외국 지도를 상상하는 것으로도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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