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올라간다. 그러나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도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올라간다.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순환이 잘되는 반면 활동량을 늘리거나 과로하면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심장에 무리가 되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계절 변화에 따라 건강관리법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이다.
사람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건강한 혈관을 통해 각 장기에 필요한 물질을 잘 전달하고, 장기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을 잘 배출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건강한 혈관이란 기온과 공기의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02개 주요 질환 중 85개가 환경적 위험인자 노출과 관련이 있으며, 환경적 원인은 질환으로 인한 건강 손실의 24%에 영향을 주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의 23%에 영향을 준다고 보고된다.
이는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생활한다면 계절에 따라 건강관리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추위로 혈관이 수축하는 겨울이나 찌는 듯이 더운 한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추위와 무더위·습도가 덜한 초여름에 오히려 혈관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고령자들이 논밭에서 일을 하거나, 정상체중을 유지하며 신체활동이 많은 어르신의 경우 요즘처럼 온도와 습도가 그리 높지 않은 날씨에 갑자기 쓰러지거나, 어지럽고 아찔한 증상으로 응급실을 방문해 뇌검사를 하는 비율이 높다.
통계적으로도 평균 기온이 22.4°C 정도인 계절에 1°C씩 기온이 오르면 사망률이 4.6% 증가한다고 보고된다. 심혈관계질환은 한겨울이나 환절기에 주로 발생한다고 하는데, 초여름에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로는 금물
여름철에는 기온이 상승하면서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순환이 빨라진다. 또 날씨가 덥고 습해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거나, 기름진 음식을 섭취하기보다 단 과일이나 시원한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된다.
추운 겨울에 비해 보온을 위해 피하지방을 축적하지 않아도 되고, 땀을 배출해 체온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영양과 신체활동, 환경 상태가 적절히 맞는 순간에는 젊었을 때와 같이 기분이 좋고 상쾌한 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하지만 활동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과로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잘 감지하지 못해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을 몰아서 하거나 과로하면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고, 심장에 무리를 주어 갑자기 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대부분은 고령자에서 나타나지만, 야외에서 일을 하는 중년 남성에서도 갑자기 혈압이 높아지면서 혈관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여름철 혈관질환 예방수칙
여름에는 과로를 피하고 적절히 휴식을 취해야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다음 4가지 수칙을 꼭 지키는 것이 좋다.
첫째, 지나친 신체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체력을 모두 끌어 쓰면 더위에 방어할 능력도 떨어져 심뇌혈관질환과 온열 관련 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움직일수록 열 발생이 늘고, 폭염에 체온 조절을 위해 혈관도 확장되고, 맥박수도 빨라져 몸이 힘들어진다. 또 기온이 높아지면 주로 땀으로 열을 방출해 체온을 떨어뜨리는데, 몸에 땀이 많이 난 습한 상황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게 되면 땀 배출이 원활하지 못하고, 체온유지가 어려워져 위험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신체 활동을 하게 된다면, 중간중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휴식 시간을 일정하게 가져야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유산소운동은 조금 줄이고 상대적으로 상·하체 근력운동을 늘려준다. 이때 근력운동은 되도록 실내에서 실시하는 것이 좋다. 더운 여름에 평상시처럼 땀이 많이 나는 유산소운동을 과하게 하면 심장과 모든 장기에 부담을 주게 된다.
셋째, 자주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평상시 혈압이 낮은 분들은 지나친 저염식을 피하고, 육류·밀가루 음식 등 소화가 어려운 음식을 과식하지 않도록 한다. 신체 활동이 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체력을 가장 많이 끌어내어 쓰는 순간은 식후 소화 흡수를 하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면 점점 음식을 많이 먹기 어려워지는 것이 그 때문이다.
여름에는 음식 섭취로 인한 발열을 막기 위해 우리 몸은 기초대사량을 줄인다. 이로 인해 식욕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1회 식사량을 약간 줄이고, 간식이나 음식 섭취 횟수를 조금 늘리는 것이 좋다. 물론 일 때문에 식사 횟수를 늘릴 수 없다면, 음식 섭취량을 줄이지 말아야 한다.
넷째, 여름에는 흡연보다 과음이 더 위험하다. 맥박이 빨라져 심장에 무리를 줄 뿐만 아니라 배변이나 소변 배출이 많아지면서 심장에 무리를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자연과 함께 진화해왔다. 환경 변화에 잘 대처해 먹고 움직이고 감정을 잘 다스려야 더위를 이기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
출처: 메디체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7월호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한편 메디체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는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보건 의료 봉사를 수행하고 있는 건강검진 전문기관으로 연령별·질환별 특화검진 및 맞춤형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